공공소통연구소
2022-04-01

어디까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농담이고, 어느 정도 불편함을 느껴야 모욕일까?
Mind The Gag! - 구성원 간에 공격적인 농담 자제, 모욕하거나 희롱해 놓고 농담이라고 핑계 대는 일은 없어야


다채로운 문화 상품들이 많아진 탓인지 언젠가부터는 그리 손꼽아 기다리지 않게 된 아카데미 시상식이 제 94회를 맞은 올해 뜻밖의 이슈로 화제가 되었다. 전세계 천 오백만 명이 지켜보는 생방송 도중 초유의 폭행 사태가 벌어진 것인데, 발단은 부문 시상자로 나선 코메디언 크리스 락이 청중석에 앉아 있던 남우주연상 후보인 윌 스미스의 부인에 대해 배려 없이 던진 간단한 농담 한 문장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도 넘은 농담'과 '절대 용인 될 수 없는 폭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공적인 자리에서 강도가 센 농담들이 오고 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고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 선호 되는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전문 코미디언조차 적절한 수위를 조절하기 힘든 것이 '농담(banter)’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적절한 유머가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될 수 있지만 부적절한 농담으로 관계가 손상된 경험, 혹은 불쾌한 농담을 듣고 예민하게 반응했다가 그 정도 농담도 수용 못하는 속좁은 사람으로 비춰져 더 속상했던 경험 등 많은 사람들이 맥락이나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적절한 농담을 하는 것이나 다른 사람의 농담을 듣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에 실패한 경험 말이다. 어디까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농담이고, 어느 정도 불편함을 느껴야 모욕일까?

3a0bd968b65c9.png© The Cybersmile Foundation(https://www.cybersmile.org)미국과 영국에 기반을 두고 더 안전하고 긍정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구축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자선 단체 사이버스마일이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과 함께 2019년 영국에서 진행한 캠페인 프로젝트 <농담 혹은 모욕(Banter or Bullying?)>에서 13-18세의 청소년 3,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농담에 관한 11개의 문항에 답한 응답자들은 농담이라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을 친근한 방법으로 놀리는 것이지만 심각하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것'(49%)이나 '재치 있는 방법으로 타인과 의사소통 하는 것'(25%) 등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농담하는 것을 사랑(19%)하거나 좋아한다(45%)고 대답한 사람이 부정적 대답(9%)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농담이라는 것이 인간의 창조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임을 보여준다. 이들은 농담이 모욕의 변명(excuses for bullying)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51%), 농담과 모욕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81%) 있었다.

개인적으로 농담으로 인해 모욕감을 느꼈던 경험(47%)보다 다른 사람이 농담으로 상처 받는 것을 목격한 경험(67%)이 많다는 것은 제 3자가 보기엔 심하다고 생각되는 농담을 당사자가 웃어 넘기려 노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 말해 놓고 농담이었다고 변명했던 적은 없다(85%)는 것을 보면 보통 실패한 농담의 원인이 나쁜 의도라기보다 상대방과 신뢰감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보 없이 던져진 맥락에 어긋난 농담이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직접적 혹은 솔직한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한 농담이 원래의 의도대로 성공했는지는 사실 알 수 없다. 분위기 상, 혹은 예민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특히 학교나 직장에서 계속 얼굴을 보아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불쾌함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21,0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영국의 열차 운전자 조합(ASLEF)이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캠페인 <농담 조심해(Mind The Gag!)>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구성원 간에 공격적인 농담을 하는 것을 자제하고, 모욕하거나 희롱해 놓고 농담이라고 핑계 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캠페인은 사람들이 공격적인 농담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괴롭힘이나 학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다른 사람들이 나서도록 격려하고,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남에 대해 말하거나 타이핑하기 전에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남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줄여 직장에서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불만 및 징계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mtg_grid2_0.png© ASLEF(https://aslef.org.uk/campaign/mind-gag)
유머는 인간 관계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친구의 특징이나 연인으로 삼고 싶은 이상형에 대해 언급할 때, 흔히 유머 감각 있는 사람, 혹은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웃음은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고 갈등을 관리하며 긴장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도구이다.

새로운 관계에서 유머는 상대방의 호감을 얻어내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색함을 극복하는 효과를 낸다. 확립된 관계에서 재치 있는 말들은 상황을 흥미롭고 신선하며 활기차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도 웃지 않고 누군가 상처만 받는 엉뚱하거나 공격적인 농담은 인간 관계에 해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적절한 농담에는 모두가 유쾌해 하지만 웃기지 않았다고 해서 누군가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오늘 만우절, 즉 4월의 바보들의 날(April Fools’ Day)이다. 가벼운 장난으로 다같이 즐겁자는 것이지 누구든 정말 바보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Written by Joobum Park, Ph.D. _ CAMPAIGN STORYTELLER | GLOBAL NEWS EDITOR, 2021. ©공공소통연구소

* 본 캠페인 사례 칼럼 게시물의 "텍스트 콘텐츠" 저작권은 공공소통연구소에 있음.